“ 현행법대로 총림구성 어려워

종단 현실 감안한 법개정으로

종합수행도량으로 격 갖추고

수행가풍 진작시킬 도량 돼야

 

개정 조항에 대한 이해 부족

분출된 다양한 목소리 수렴해

불협화음 없이 법 개정 추진

‘숙성하자’ 의견 많아 이월키로

 

종단 내 법인법 필요 인식 높아

종단-종회-법인 특위 구성할 듯

법인등록 통해 기본권제한 해소

종도로서 권리 찾고 의무 이행” 

   
 

19일 열린 제193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법인법 등 종법 제개정안이 통과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앙종회는 지난 회기 종헌개정및종법제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종헌종법제개정특위)를 구성하고 제개정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특위 위원장을 맡은 법안스님은 지난겨울부터 10여 차례 이상 특위 회의를 개최, 제개정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7일 불교사회연구소에서 중앙종회 부의장이자 종헌종법제개정특위 위원장 법안스님을 만나 쟁점이 되는 법령 제개정 취지와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법안스님은 “전반기에 사찰법, 선거법, 예산회계법, 사찰운영위법, 산중총회법 등 굵직한 법안을 통과시켰다면 하반기에는 총림법 개정과 법인법 제정 및 교구법, 승려법 등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후반기에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회기는 시작 전부터 총림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지난 2월 중앙종회와 종단쇄신위원회가 주최한 총림제도개선공청회를 비롯해 각계에서 총림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종단 집행부나 총림실사위원회는 현 상황에 맞는 법개정 필요성을 역설했고, 반면 전국선원수좌회나 일부 어른 스님들은 우려를 표했다. 결국 종헌종법제개정특위에서는 성급한 개정보다는 좀 더 숙성시켜 다음 회기에 개정안을 다루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종회가 총림법 개정입법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법안스님은 “출가자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현행법으로는 총림을 구성하기 어렵다”며 “총림으로서 격을 갖춰 이 시대 귀감이 될 수 있는 종합수행도량의 총림다운 총림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법이 갖고 있는 미비하고 불합리한 점을 보완 수정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총림법에서 보면, 총림은 선원, 강원(승가대학 또는 승가대학원), 율원(율학승가대학원), 염불원을 갖춘 종합수행도량이다. 법조문을 그대로 적용하면 현재 총림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은 두 곳 정도다. 출가자가 줄어들어, ‘승가대학운영령’에 규정한 정원(학년당 10인 이상, 총 정원 40명 이상)을 채우지 못하는 승가대학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3곳의 총림이 조건부 승인되면서, 총림이 8곳으로 늘었다. 교구본사 가운데 3분의 1이 총림으로 지정된 지금, 차제에 이 시대에 맞는 총림이 어떠해야 하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스님은 역설했다.

스님은 “총림법 개정을 발의하긴 했지만 종회가 단독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며 “종단쇄신위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종회에 제안했던 것을 기본으로, 지난 1월 종회에서 5대 총림 실사 및 3대 총림 예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총림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총림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일부에서는 개정 자체를 반대하기도 했다. 특히 전국선원수좌회는 현행법 유지에 대한 입장과 총림확대에 따른 문제점을 원로회의와 중앙종회에 공식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여러 스님들이 세부 개정 조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청회를 한차례 거치긴 했지만 대화 내지 소통의 장이 부족했다는 점을 언급한 스님은 “상정을 미룬 만큼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봉암사에서 열린 결사추진본부 자문위원단 회의에 참석했던 스님은 선교율을 대표하는 스님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문위와 총림이 소속된 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 등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열자고 제안했다. “종회는 대의입법기구다. 81명 종회의원 개개인이 대의성을 갖고 있는 종헌기관이다”고 강조한 스님은 “아직까지 대중적인 합의와 이해가 다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분출된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총림법 개정을 무리해서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게 스님의 입장이다. 이번 회기에 개정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종도들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두고 강행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종도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서 가능하면 불협화음 없이 총림법 개정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총무원장 스님이 발의한 법인법 제정 역시 종단의 선결 과제로 꼽힌다. 법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불교관련 재단법인 95개, 사단법인 111개이고, 지자체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 데 정작 종단에는 법인을 총괄할 수 있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찰에서 재산을 출자하거나 임원을 구성하고 청산할 때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에 대해 종단에서는 현재 일관성 있는 기준의 지침이 없다”며 “법인을 아우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게 총무원의 취지인 것 같다”고 스님은 설명했다.

종헌종법제개정특위는 최근 총무원장 스님이 입법 발의한 법인법에 대해 수정의견을 냈다. 여기에는 법인 산하 사찰인사권 부분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법인의 정관개정, 임원구성 등은 일부 수정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예컨대 인사권의 경우 법인 산하 사찰의 주지임명을 받을 때 발의안의 총무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던 것을 당해 법인에 인사권을 위임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어느 스님이 주지가 됐는지는 종단에 알리는 것으로 변경했다.

   
 

당초 종단이 법인 산하에 사찰이 있는 법인만 대상으로 법인법을 제안한 것과 달리, 종헌종법제개정특위에서는 일반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학교법인, 교육법인, 영농법인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수정안을 냈다. 대상법인을 확대한 만큼 부족한 부분은 입법보완을 하자는 입장이다. 또 “종단내 법인이라고 해도 국가나 사회통념으로, 사회법으로 규정돼 있는 조항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임원추천이라는 것, 출자한 사찰이 종단에 보고하고 승인하는 게 있는데, 특수부분은 예외적으로 열어놓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쟁점으로 떠올랐던 조항으로, 선학원 이사 3분의 1을 종단이 추천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추천과 동일한 방식을 제안했다. 법인에서 이사를 추천해오면, 총무원이 그 안을 받아 중앙종회에 동의를 얻는 형태이다. “다만 당해법인에서 이사를 추천할 때 우선 종단과 유관하고 법인에 재산을 출자한 사찰과 연관 있는 스님을 선정했으면 좋겠다”며 “종단의 정체성이나 법통, 사상을 선양할 수 있는 분이 이사로 들어가 해당 법인과 조계종이 한 뿌리임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총무원 외에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도 법인법 제정에 동의하는 등 종단 내에서는 법인법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높다”고 한다.

물론 스님은 “법인 입장에서는 자주성, 독립성 부분에서 마땅치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인법 제정과 관련해 법인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종회에서 특위를 구성할 수 있다”며 “법 시행까지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뒀으니까 그 기간 동안 종회와 종단, 법인이 특위를 통해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인법 제정을 통해 가장 큰 변화는 그간 선거권 피선거권, 법계품수를 위한 승랍기산 등 여러 가지 제한을 받던 분원장의 권리가 회복된다는 점이다. 법안스님은 “권리제한이 해소되는 대신 종도로서 의무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인이 조계종의 종지종통에 부합한다면, 그 법인에 속해 있는 사찰도 종도의 일원으로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며 “사찰로서 최소한의 중앙분담금 정도는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더했다.

논란이 따르는 만큼 종헌종법제개정 논의과정은 순탄치 않다. 스님은 어느 때보다 공심을 강조했다. “다음 세대가 수행하고 종단과 사찰을 운영하는데 힘들고 어려운 일이 없도록 해 주는 게 우리의 사명”이고 “우리가 만들어낸 법과 제도 위에서 후배들이 수행과 전법교화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심을 가져야 하고, 종단이 반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게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역사 속에서 온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스님은 “종단은 부처님 세계로 가기 위한 맑고 향기로운 배”라며 “모든 구성원이 타고 있는 데 자기 자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배가 가는 걸 막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와 전체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만 강조하다보면, 전체 구성원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자기 이해도 생각해야겠지만, 종단 전체를 생각하고 앞으로 30년, 50년, 100년의 미래대계를 내다보고 종단 문제를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